한 달 전, 하늘에 고래의 형체를 띤 거대한 괴물체가 나타난 뒤로 지상에는 더 이상 햇빛이 들지 않았습니다. 고래는 태양과 지상 사이를 가로막았고, 이제는 한낮조차 어두컴컴해졌습니다. 여름인데도 두터운 옷을 몇 겹 껴입어야 할 만큼 날이 추워진 것은 물론이고요. 고래가 처음 관측되었을 때만 해도 저것이 지상을 공격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지배적이었지만, 고래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해 없는 생활이 점차 길어지자 저 고래를 사냥해야 한다 외치는 사람들이 나타날 만큼 세간의 분위기가 험악해졌습니다.
당신은 괴물체를 사냥하자는 목소리가 특히 큰 힘을 얻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전부 햇빛을 가리는 고래에 쏠린 나머지 본의 아니게 일도 쉬게 된 차였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몸 상태가 나빠진 KPC와 함께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KPC에게 줄 해열제를 가져오던 당신은 KPC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디 가, 당신이 물으니 KPC는 대뜸 창 너머의 하늘을 향해 손을 들어올립니다.
「PC. 나 저기로 갈 거야.」
KPC의 손은 정확히 하늘 위, 고래를 가리킵니다.
시나리오 인포 및 주의사항
◇ 람파드의 요람은 크툴루의 부름(CoC) 제7판의 룰을 사용하는 팬 메이드 시나리오입니다. 이 작품은 비공식 2차 저작물이며, 원작자와 번역자의 권리를 침해할 의도가 없습니다.
◇ 창작된 신화생물 및 신화서, 주문이 등장하며 광기의 내용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해당 사항에 민감하신 경우 시나리오의 열람 및 플레이를 재고해 주세요.
◇ 19세기 말을 상정하고 작성하였으나 전깃불이 있는 시대라면 시대 배경을 거의 타지 않습니다. KPC와 PC는 동거 중인 관계를 상정하고 있으며, 동거인 관계가 아니어도 사적으로 친밀해 일시에 상관없이 집으로 찾아갈 수 있는 관계여야 합니다. 시나리오 본문은 동거를 전제로 작성되었습니다.
◇ 개변은 자유롭습니다. 다만 개변한 시나리오의 자작 발언 및 재배포는 금지됩니다.
◇ 시나리오 관련 문의는 @CARON__CARON의 DM으로 부탁드립니다.
시나리오 배경
공간적 배경 도시 / 한 달 전부터 하늘에 고래가 떠 있어 햇빛이 들지 않습니다. 고래가 나타난 이후 도시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로, 밤낮을 전깃불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시간적 배경 전기가 있는 시대 (19세기 말~), 아주 추운 여름
PC 정보
KPC와 생활을 같이하거나 같은 도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KPC의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KPC는 고래가 나타나고 날씨가 추워진 직후부터 지금까지 거의 한 달째 원인 모를 미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고래를 사냥하자는 여론에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PL 정보
PC가 생업이 있는 경우 고래가 나타난 다음부터 일을 쉬게 되었습니다.
고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신문에서는 고래의 출현을 ‘재난’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도시는 점점 더 추워지고 있습니다. 현재 사람들의 옷차림은 초겨울의 옷보다 조금 더 껴입은 정도입니다.
이후로 키퍼 정보가 이어집니다.
플레이어로 세션에 참여하실 경우 열람을 권하지 않습니다.
◆ 50년 전
50년 전의 겨울, 이 도시의 교회 예배당에서 새끼 고래를 닮은 생물이 나타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성인 남자 팔뚝만한 크기의 새끼 고래는 불쾌감과 혐오감을 일으킬 만큼 아름다우면서도 기이한 형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래를 가까이에서 본 사람들 대부분이 발광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고, 교회 신자들 대부분 폭력성을 동반한 이상 행동을 보이자 사람들은 고래를 먼 곳에 버리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고래를 땅 속에 파묻으면 다음 날 아침 예배당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바다에 빠뜨리면 도저히 아래로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숲 속에 버리면 그 숲의 나무들이 전부 괴사했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이 새끼 고래를 하늘에 버리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은 사탄의 저주를 받게 될 것을 두려워했을 뿐더러, 눈도 뜨지 못한 새끼를 죽이면 부정을 탄다고 생각해 아무도 이 새끼 고래를 죽일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고래를 하늘에 버리려면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광증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적임자로 선정된 사람은 의협심이 아주 강하고 몸이 날래기로 유명했던 NPC 제프(국가에 따라 이름을 변경해주세요.)였습니다. 당시 열일곱 살이었던 제프는 두려움에 떠는 도시의 사람들을 위해 새끼 고래를 버리고 오기로 다짐했습니다. 제프가 하늘로 올라갈 방법을 찾는 동안 새끼 고래는 제프가 임시로 맡게 되었습니다. 제프의 집 안에 고래를 마땅히 둘 곳이 없어 짚으로 엮은 바구니 안에 두었습니다. 바구니는 새끼 고래의 임시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제프는 하늘로 올라갈 방법을 찾는 데에만 몇 주를 몰두해 결국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고서점에 있던 온갖 신화서적과 오컬트 서적들을 탐독한 끝에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앙겔로스의 사다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후로도 몇 주간 집요하게 수소문한 결과 사다리를 소환하는 주문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고래를 버리러 가던 날 제프는 바구니 안에 담아두었던 고래에게 말했습니다. ‘이 도시는 네가 지내기에 위험한 곳이야. 저 구름 위의 아주 높은 하늘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도시가 안전해졌을 때 데리러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죄책감을 덜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었지만, 고래는 어쩐지 제프의 말을 알아들은 것 같았습니다. 제프는 고래를 담은 바구니를 어깨에 매고 서둘러 사다리를 올랐습니다.
제프는 팔이 후들거리며 떨리고 힘이 부쳐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때까지 올라갔습니다. 바구니 속에 얌전히 들어있던 고래를 꺼내 허공에 놓았습니다. 고래는 제프가 손을 거두었는데도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고 그 자리에 얌전히 떠 있었습니다. 오히려 고래는 짙푸른 하늘 속에서 편안해 보였습니다.
다시 땅으로 내려가려고 바구니를 고쳐 매는 순간, 제프는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있는 고래의 두 눈을 보고 말았습니다. 제프는 화들짝 놀라 서둘러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제프는 그 후 50년 간이나 하늘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고, 고래가 도시로 내려오는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 고래, 람파드
편의상 ‘고래’라고 불리는 이 생물의 정식 명칭은 명계의 생물 람파드Lampad입니다. KPC와 PC가 살아가는 시대에 창조되리라 오래 전부터 예언되었던 존재였으며, 50년 전 저승의 신에 의해 처음으로 창조되었습니다. 람파드를 창조한 저승의 신은 기껏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피조물이 마음에 차지 않자 람파드를 이승의 어딘가에 버렸습니다. 그곳이 바로 KPC와 PC가 살고 있는 도시의 교회입니다.
혹등고래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생김새를 지닌 람파드는 새끼 때부터 사람 손을 탔기 때문에 인간들에게 위험하지 않은 생물입니다. 인간들의 우려와는 달리 성정이 굉장히 순한 축에 듭니다.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는 없지만, 인간 사회에서 몇 주의 시간을 보냈으므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람파드는 저승의 신이 창조하였으므로 본질적으로는 명계의 존재입니다. 람파드를 본 사람들이 발광하는 이유는 람파드를 보는 순간 죽음의 공포와 직면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와 눈이 마주친 느낌이라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람파드를 보며 죽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람파드는 저승과 이승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람파드의 뱃속은 명계로 통합니다.
람파드는 명계의 존재이기 때문에 명계의 물건으로만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승의 물건으로는 람파드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승의 사람들이 람파드를 사냥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 현재
시간이 흐르며 람파드의 몸집은 점점 커졌습니다. 정확히 50년이 흐른 지금은 어지간한 대륙 하나 크기에 견줄 정도입니다. 람파드가 지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육안으로 보면 별보다 작게 보이는 정도였으므로 람파드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50년이 흘렀지만, 정확히 한 달쯤 전부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저승의 존재인 람파드는 어떤 존재보다도 죽음을 민감하게 감지합니다. 람파드는 최근 제프의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예감했습니다. 50년 전에는 이 도시에서 가장 날랜 소년이었던 제프도 지금은 일흔을 바라보고 있고, 지병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람파드는 제프를 보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 NPC 제프
올해로 67세가 되었습니다. 제프는 람파드를 하늘에 두고 내려온 이후 람파드가 도시로 내려오는 꿈을 계속해서 꾸었습니다. 람파드가 하늘 위로 올라가고 안심한 도시 사람들은 모두 람파드를 잊었지만 제프는 50년째가 되는 지금까지도 람파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프는 강박적으로 람파드에 관한 정보―람파드의 창조를 예언한 책, 명계의 존재들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과 주문 등을 수집했습니다. 현재 람파드에 대한 정보 및 람파드를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는 장소는 제프의 집과 도시의 고서점 뿐입니다. 제프는 한 달 전, 람파드가 하늘에 나타났을 때부터 두려움을 느끼고 집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 람파드의 하강
람파드가 눈을 뜨고 처음으로 인식한 존재는 제프입니다. 람파드는 제프와 몇 주간의 생활을 함께했으며, 제프를 자신의 창조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제프가 람파드와 함께하며 발광하지 않은 이유도 람파드가 제프를 창조주로 인지했기 때문입니다. 제프는 짚으로 엮은 바구니 속에 람파드를 담고 먹이를 구해 주며 돌봐 주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제프의 방 안에 있는 그 바구니는 람파드의 요람이자 처음으로 애착을 느낀 공간입니다.
람파드는 하늘로 올라가던 날, 제프가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을 건넸던 그 때 제프가 자신과 작별하고 싶어한다는 걸 진즉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제프가 보고 싶었는데도 꾹 참고 하늘에 얌전히 떠 있기만 했던 것도 제프의 말을 어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람파드가 지금 땅으로 내려오는 이유는 죽음이 가까워진 제프를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제프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제프가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람파드를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KPC와 PC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람파드에게 ‘제프는 괜찮다’는 말을 전하거나 람파드에게 제프의 바구니를 돌려주는 경우 람파드는 하강을 멈추고 돌아가게 됩니다.
웹 공개 기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시나리오를 아껴 주셔서 감사합니다.
람파드의 요람은 시나리오집 우주의 자장가에 수록되어 있으며, (시나리오집 인포 : http://posty.pe/66iobj)
세 번째 시나리오로 뵙습니다. 어쩌다 보니 아트로포스보다 먼저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람파드가 고래인 이유는 개인적으로 고래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검은 개가 해를 먹는 설화가 있는 지역에서는 람파드의 모습을 고래 대신 검은 개로 바꾸어 진행해 주셔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추후 한국 배경에 한정해 검은 개로 개변한 버전을 한 번 더 배포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 때엔 시나리오 테마 컬러도 짙은 푸른색 대신 붉은색이 되지 않을까...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권장하는 관계는 죽음의 위험을 안고 있는 직업에 종사하거나 죽음의 위기를 넘겼던 KPC와 PC입니다. 특히 KPC가 죽음에 가까웠을수록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로스트 전적이 있는 KPC를 구제한 다음 람파드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이어지는 로스트 구제 겸 프리퀄 시나리오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한 이후 람파드를 플레이할 경우 특별한 백스토리가 추가될 수 있도록 작성하는 중입니다.
+) 오피셜 직업이 탐정 조수인 관계 캐릭터에게 헌정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KPC와 PC로는 어려움 없이 세션을 진행할 수 있을 듯하지만(KPC만 사건 해결 의욕이 넘쳐도 진행은 수월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한 성향이 아닌 인물들로는 KP 재량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동기의 지속적인 강조를 요하게 됩니다. KPC를 많이 타는 시나리오를 작성하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
시나리오 관련 문의는 DM으로 부탁드립니다. 모쪼록 즐거운 플레이 및 세션 되시길 바라요!